좋은 작가와 책 소개

헤르만 헤세 영혼의 자서전, '수레바퀴 아래서' 핵심 정리

힐링북 2021. 8. 21. 00:26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들이 끝도없이 펼쳐지는 요즘, 저의 화두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굴릴 것인가 굴림을 당할 것인가!'입니다. 

저와같은 고민을 100년도 훨씬 전에 했던 대문호가 바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입니다.

세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며 끊임없이 내면을 탐구한 작가, 헤르만 헤세는 숨막히는 기독교적 경건주의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의 이상보다 남의 기대에 맞춰 거대한 수레바퀴에 깔린 듯 신음하며 살던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운명의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핍진하게 소설 속에 담아내 무한 경쟁 사회에 외톨이로 전락한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공감과 위로를 주는데요, 그의 파란만장한 청소년기, 영혼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를 소개해 드릴게요.

 

괴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미하엘 엔데 등 뛰어난 작가와 사상가의 나라, 독일에서 1877년 유서 깊은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가문의 전통을 거부하고 작가의 길을 걷기까지 수많은 성장통을 겪어야 했는데요, 헤세가 스물아홉살 되던 해인 1906년 발표하여 처절했던 자신의 10대 시절을 회상하며 방황과 좌절, 고뇌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 지금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자전적 성장소설이 바로, <수레바퀴 아래서> 입니다. 

★ 줄거리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에 한스 기벤라트라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낚시와 수영, 토끼 키우기 등 대자연과 호흡하며 자유롭게 뛰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총명한 그에게 큰 기대를 건 아버지와 목사, 교사의 바람대로 그는 유년의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두통이 날 정도로 공부에 매진하여 출세를 위해 그 앞에 놓인 주 시험을 통과하여 성직자 양성학교인 마울브론 신학교에 2등으로 합격하게 됩니다.

마울브론 신학교의 생활은 엄격한 규율과 교육을 통해 인간의 자연성과 자유의지를 박탈하고 순종하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숨막히는 분위기로, 이 곳에서 한스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같은 방(헬라스 방)에 아홉 명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지만 늘 외톨이입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규격화된 제도 교육이 심어놓은 입신양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만, 반항적인 시인 기질을 가진 같은 방 친구, 헤르만 하일너와 가까워지면서 점차 모범생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하일너는 공상이 많고 시를 즐기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으로, 외적으로는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한스와 어울리지 않는 듯 했으나, 내적으로는 그동안 억압된 한스의 고독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톡톡 튀는 천재적 영감으로 충만한 하일너에게 한스는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하일너는 선생님들의 권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반항하다 결국 기숙사를 탈주해 퇴학당하고 학교의 전설이 됩니다. 우정을 소중히 여긴 한스는 하일너의 탈출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심을 받아 학교에서 더욱 고립되고, 성적마저 바닥으로 떨어져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무시와 비난에 신경 쇠약까지 앓게 되어 피폐한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한스는 피로와 악몽, 두통에 시달리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을 그리워하며 방황하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에마라는 여성을 만나 심장이 요동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잠깐 그를 희롱한 채 말없이 떠나버립니다. 한스는 괴로움 속에서도 친구 아우구스트의 도움으로 기계공장에 취직해 견습공이 되지만, 사흘 후 친구가 첫 주급을 받고 한턱 쏘겠다며 데려 간 기계공 파티에서 술에 취해 혼자 집에 돌아오다 강물에 휩쓸려 다음 날 물속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결국 한스는 선택인지 우연인지 사고인지 모를 허무한 죽음으로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지고 맙니다.

헤세 영혼의 자서전과도 같은 이 책은, 실제 헤세의 삶과도 밀접합니다. 모범생에 반듯한 수재였던 헤세가 집안의 관심과 사랑 안에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입학하여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가문의 기대주가 되는 것까지는 순탄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기호나 재능, 천부적 소질을 폄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래를 펴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헤세의 시적 재능이 기숙 학교의 엄격한 규율과 개성에 대한 몰이해에 부딪혀 큰 충격을 받자, 더욱 강렬한 기세로 타오르며 오히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밑불을 지펴줍니다.

이 과정은 마울브론 신학교 입학 이전의 헤세의 모습과 꼭 닮은 한스가 시적 감성의 소유자이자 또 다른 헤세의 모습을 지닌 하일너를 만나 점점 그에게 끌려가는 과정 속에 잘 드러나는데요, 엄격한 규율과 도식적인 교육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도주를 시도하고, 마지막으로 교사 회의에서 반항과 고발의 클라이막스를 연출한 뒤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하일너의 모습은 신학교 재학 7개월 만에 학교와 신학과 전통과 권위라는 거대한 힘에 대한 고발자나 비판자역을 자처하며 학교를 자퇴한 헤세의 모습과 일치합니다10대 시절의 모범생 헤세는 죽고, 신학교 담장을 벗어나 하일너처럼 문학을 사랑하고 시를 쓰는 사람으로 거듭난 자신의 삶을 한스의 죽음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해석되기도 합니다.

 

결국 한스의 죽음은 아픈 시간을 겪으며 자신의 색깔로 살기 시작한 헤세가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굴림 당하는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수레바퀴에서 뛰어 내리면서 겪게 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지금껏 겹쳐지던 한스와 헤세의 모습은 이 부분에서 완전히 궤를 달리해 한스는 죽음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는 반면, 하일너처럼 탈주에 성공한 헤세는 85세까지 살면서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대문호가 되어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받습니다.

 

오늘도 거역할 수 없는 세상의 패러다임과 무거운 인생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나길 갈망하는 또 하나의 한스이자 하일너인 당신에게 세상이 요구하는 성공의 잣대, 권위와 물질의 수레바퀴에서 스스로를 질책하며 굴림당하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수레를 깎아 행복한 삶의 리듬을 찾아 내 인생의 수레를 주체적으로 굴리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MWRVvJhG-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