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가와 책 소개

내 안의 신성에 눈뜨는 헤르만 헤세 '데미안' 총정리!

힐링북 2021. 9. 9. 16:06

천의 얼굴을 가진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Demian)'은 읽을 때마다 다른 빛깔,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다의적 문체와 인물의 입체적 성격이 심층구조와 맞물려 독자를 압도하는 매력적인 성장소설  

 

오늘은 무수한 자아의 껍질을 깨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고통스런 현실 세계로 나아가는 청춘들에게 내 안의 신성을 찾아 자기실현의 길로 안내하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성장소설, 데미안(Demian)을 소개해 드릴게요.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1962)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1912년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한 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맞는데요, <데미안>은 한 번 뿐인 인간의 목숨이 총칼 앞에 무더기로 소멸되던 1916년 1차 세계대전의 충격과 혼란 속에 쓰여져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 가명으로 출판된 '데미안'

당시 40대의 유명 작가였던 헤세는 “젊은 작가 에밀 싱클레어가 중병에 걸려 자신이 대리인으로 나섰다”고 말하며, 1917년 베를린의 출판업자 피셔에게 한번 검토해보라는 추천과 함께 깔끔하게 타이핑된 ‘데미안’ 원고를 건넸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에밀 싱클레어의 청춘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을 당시 많은 젊은이들은 자기들과 동년배의 작품이라 믿었고, 작품의 메시지는 그들의 마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출판과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둡니다.

'데미안'에 매료되어 에밀 싱클레어의 정체를 무척 궁금해한 소설가 토마스 만 Thomas Mann(1875~1955)

소설가 토마스 만은 출판업자 피셔에게 에밀 싱클레어가 대체 누구냐고 절박하게 묻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평론가 코로디가 문체 분석을 통해 작가가 헤세임을 밝혀냈고, 헤세는 자신이 ‘데미안’의 작가임을 실토하며 “이미 알려진 나이 든 아저씨의 이름을 보고 젊은이들이 놀라 물러서지 않도록" 배려하여 가명을 썼다고 말하며,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폰타네상을 사양하고, 4쇄부터는 헤세의 이름으로 출간됩니다.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혼의 자서전, 데미안은 칼 구스타프 융의 말처럼 ‘폭풍우 치는 밤 등대의 불빛’이 되어 성장 소설 아래 숨은 심층구조 덕분에 심오한 깊이를 지닌 고전작품으로 승화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한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리메이크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세계문학 1위에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2집 앨범 'WINGS'에 수록된 '피 땀 눈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정규 2집 앨범 Wings에 수록된 '피 땀 눈물'의 모티브가 된 '데미안'

그럼, 20대 중반에 이른 에밀 싱클레어가 자신이 열 살 소년이었을 때부터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그 치열했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진정한 자아와 만나기까지 영혼의 길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세기의 명작, <데미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데미안 줄거리와 명언

 

밝고 깨끗한 선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어둠의 세계에 눈뜨는 열 살 소년 싱클레어 

소도시의 독실하고 유복한 가정, 따스한 부모 밑에서 라틴어 학교를 다니며 밝고 깨끗한 ‘선의 세계’에 살던 열살 소년 싱클레어는 차차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두 세계는 기이하게도 경계가 서로 닿아 있고아주 가까운 곳에 공존하여 싱클레어를 유혹합니다금지된 세계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 싱클레어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동네 악당, 프란츠 크로머와 어울리다 사과를 도둑질했다는 허풍을 떨다 빌미를 잡혀 상습적으로 돈을 뜯기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갖은 협박과 모욕정신적 폭력에 시달리며 ‘악의 세계’를 경험하지만탈출구를 몰라 노예처럼 괴롭힘 당하며 몸살을 앓던 중, 막스 데미안이 라틴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그는 유복한 미망인의 아들로한 학년 위였으나또래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지혜로우며 힘도 세고 어른스러워 호감과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자, 충격을 받은 싱클레어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다.”

싱클레어에게 비판적 사고를 일깨우고, 마음을 읽는 독심술로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 데미안

데미안은 기존의 정설을 깨는 비판적 사고를 일깨워 선과 악의 진실에 의문을 던지게 했을 뿐 아니라, 마음을 읽는 독심술로 크로머의 만행을 알아차리고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준 것에서 비롯된 거야.”라고 충고합니다.

 

데미안은 신비한 능력으로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더 명확하게 아는 데미안에게 고마움과 수줍음경탄과 두려움애착과 거부감이 기묘하게 뒤섞여 거리를 둡니다. 싱클레어는 부모님께 그간의 죄를 고백하고 다시 밝은 세계에 의존하려 하지만, 이미 유년의 세계는 붕괴되고 있었고한때 프란츠 크로머였던 것이 이제는 싱클레어 속에 박혀 다시 어두운 세계가 바깥으로부터 그를 지배할 힘을 얻습니다

 

싱클레어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도시의 상급학교인 김나지움(인문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지만, 남몰래 비애와 절망의 발작 속에 고독을 느끼다 하숙집의 제일 나이 많은 학생알폰스 벡에게 이끌려 술을 마시게 되고, 두려움에 가득 찬 영혼이 불안에 퍼덕이면서도 술에 의지해 외로움과 괴로움을 달랩니다급기야 정학 처분을 받고 아버지가 설득하러 오지만세상에 대한 반항과 냉소로 자신을 어둠 속에서 망가뜨리는 방황을 멈추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이상형의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다시 정결한 빛 속으로 들어간 싱클레어는 그녀를 베아트리체(단테가 사모한 여인)라 명명

그러던 어느 봄날 공원에서 키가 크고 날씬하며 영리한 소년의 얼굴을 한 이상형의 소녀를 만나 마음을 빼앗기고그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가상의 이름을 지어줍니다싱클레어는 어둠과 악을 떨치고 정결하고 고귀한 빛 속으로 들어가 다시 혼자 책을 읽고산책하며 부서진 삶의 한 시기의 폐허들로부터 환한 세계 하나를 지으려고 노력합니다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리다 그 속에서 데미안의 얼굴, 자기 자신의 얼굴, 자신의 운명이자 수호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싱클레어

싱클레어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아 포기하고 그냥 얼굴 하나를 그리기 시작합니다환상에 따라 붓 가는 대로 그리다 보니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나이가 없고의지가 굳세고 몽상적이며굳어 있으면서도 남 모르게 생명력 있어 보이는 자신의 일부이면서 그 누군가와 비슷한 인상적인 그림이 완성됩니다.

 

싱클레어는 그것이 데미안의 얼굴임을 찾아냈고오랫동안 마주보고 있으니 차츰 그것이 자기 자신자신의 삶을 결정한 자신의 내면운명 혹은 자기 속에 내재한 수호신이란 느낌을 받습니다싱클레어는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라는 노발리스(Novalis, 1772~1801,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의 잠언을 초상화 밑에 적어놓고 데미안을 그리워합니다.

 

사실, 베아트리체를 그리기 전, 싱클레어가 한참 향락에 빠져있을 때 데미안을 우연히 만나 교외 술집으로 데려가 술을 권하자 데미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려나 어떤 목적으로 네가 지금 네 잔을 마시고 있는지, 그것은 우리 둘 다 알 수 없어.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초상화는 이제 데미안의 시선, 혹은 내 속에 있는 사람, 모든 것을 아는 그 사람이 되어 싱클레어를 바라봅니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신성의 이름, 아브락사스(Abraxas)의 존재를 알아가는 싱클레어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고향집 현관 위에 새겨진 문장을 생각하다 꿈에 나온 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그것은 날카롭고 대담한 매의 머리를 가진 한 마리 맹금이었는데그의 몸 절반은 어두운 지구 땅덩이 속에 박혀 있고커다란 알에서인 듯 땅덩이에서 나오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싱클레어는 이 그림을 데미안의 옛 주소로 보내고, 놀랍게도 쉬는 시간에 데미안의 답장이 책에 꽂혀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Abraxas) 

 

수업시간에 폴렌 선생님을 통해 아브락사스가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어떤 신성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싱클레어는 꿈속에서 아브락사스를 불렀고, 사랑은 이제 맨 처음 두려워하던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도,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바치던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도 아닌 두 가지 다이며,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싱클레어는 이제 열 여덟 살(18)이 되었지만 아직 무력하고 목표 없이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탄식합니다이제 외로움은 오래 전부터 익숙해졌고, 더 이상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며학우들 대부분을 아주 잘 꿰뚫어볼 수 있었습니다.

싱클레어가 자신에게 이르는 길 위의 또 한 걸음을 뗄 수 있게 해준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

싱클레어는 늘 자신에게 열중했지만, 때로는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 죽어버릴 작정도 했다가 교외의 자그마한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를 듣게 되고, 다채로운 빛깔에 매료되어 그를 몰래 따라갑니다그는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로유명한 신부님의 아들이지만신학교를 그만두고 궤도를 벗어나 어느 정도 돌아버린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피스토리우스는 ‘세계가 자기 안에 있음’을 깨닫게 하고,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마음속 한 점을 계속 두드려 싱클레어의 자아형성에 도움을 줍니다.

 

자주 비난과 근심으로 자신을 소모하던 싱클레어에게 피스토리우스는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존경을 간직하는 법을 가르치며, 자신에게 이르는 길 위의 또 한 걸음을 뗄 수 있게 합니다.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질랑 말도록.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 아브락사스는 자네 생각 그 어느 것에도, 자네 꿈 그 어느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결코 잊지 말게. 하지만 자네가 언젠가 나무랄 데 없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버렸을 때, 그때는 아브락사스가 자네를 떠나.”

 

그는 이런 말도 합니다.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싱클레어는 자신의 물음 안에 담긴 모든 영혼의 힘이 대답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지만, 그의 말에는 지나치게 많은 가르침이 담겨있었고그의 이상에서는 골동품 냄새가 나는 것을 차츰 감지하며 저항을 느낍니다. 피스토리우스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이자 낭만주의자였고, 자신도 넘어서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길로 싱클레어를 인도했던 것입니다.

 

싱클레어는 스스로 갖겠다고 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운명뿐이란 걸 깨닫고 거기로 가는 한 구간을 길잡이로 봉사한 피스토리우스와 결별하며 이렇게 적습니다.

 

“한 인도자가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서 있습니다. 한 발자국도 혼자 디딜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싱클레어가 획일적인 대학생활에 환멸을 느끼며 영혼의 위안을 얻은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대학생이 된 싱클레어는 똑같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개성 없는 수업과 학생들의 모습에 실망하며 교외의 낡은 집에서 니체를 읽으며 그토록 가차없이 영혼의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요란한 모임을 통해 술과 노래로 젊음을 즐겼지만 생명 없이 획일적이고텅 비고 기성품처럼 보여 어디서나 운명의 짐 풀기와 따뜻한 아궁이 곁으로의 도피가 있을 뿐입니다.

 

어느 날 일본인과 대화하는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간 싱클레어는 그가 데미안이란 것을 알게 되고 둘은 마침내 재회합니다. 데미안은 “어디서나 연합과 패거리 짓기가 기세를 떨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자유와 사랑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공동체는 두려움에서, 무서움에서, 당황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런 공동체는 내부가 상해 있고 낡고 와해가 임박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거야. 우리에게서 남는 것, 혹은 우리들 중에서 그 후에도 살아남는 자들 주위에 미래의 의지가 집결되겠지. 자연의 의지는 개개인들 속에 적혀 있어. 네 마음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예수 속에 적혀 있고 니체 속에 적혀 있지. 이 유일하게 중요한 조류들을 위한 공간이 생기게 될 거야. 오늘날의 공동체들이 와해되고 나면 말이야.라고 말합니다.

 

싱클레어는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데미안의 집을 방문했고, 벽에 걸린 액자 속에 지각을 뚫고 나오려고 몸을 솟구치는 황금빛 매의 머리를 가진 자신의 새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싱클레어가 줄곧 꿈꿔왔던 수호자이자 어머니, 운명이자 연인인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부인

새 그림 아래 자신이 줄곧 꿈꿔왔던 수호자이자 어머니, 운명이자 연인인 데미안의 어머니가 있었고, 시간과 나이를 초월해 혼이 깃들인 의지로 충만한 아름답고 기품 있는 모습에 감동한 싱클레어는 “제 모든 생애는 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결코 집으로 아주 돌아오지는 못하지만,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 거기서는 온 세계가 잠깐 고향처럼 보이지요.”라며 미소짓습니다.

 

그녀는 아들보다 모든 것이 더 성숙하고따뜻하고자명했습니다그녀는 말합니다. “태어나는 것은 늘 어려워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슬픔에 사로잡혀 눈물짓는 싱클레어에게 그녀는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언젠가 그것은 완전히 당신 것이 될 겁니다. 당신이 꿈꾼 대로요. 당신이 변함없이 충실하면요.”라고 말하며 친한 친구들이 자신을 부르는 ‘에바 부인’이란 호칭을 알려줍니다. 싱클레어는 모든 본질의 어머니 같은 에바 부인을 통해 승화된 사랑의 감정을 체험하고아들이자 형제처럼또한 연인처럼 그 집을 드나듭니다.

모든 본질의 어머니, 에바부인도 싱클레어를 더 깊이 내면 속으로 인도하려는 상징

에바 부인은 말합니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그녀는 한 남자의 동화를 들려주며, 그는 사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을 발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싱클레어는 자신의 본질이 이끌려 지향해 가는 것이 그녀라는 인물이 아니고, 그녀는 다만 더 깊게 내면 속으로 인도하려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말을 타고 달려와 전쟁이 터진 것을 알려주는 데미안은 대위로 참전하고, 싱클레어도 징집되어 한 세계가 파괴되는 거대한 변화 체험  

싱클레어는 마음 속 깊이 에바 부인을 부르고, 그녀 대신 데미안이 달려와 전쟁이 터진 것을 알려줍니다. 데미안은 대위로 전쟁에 동원되고싱클레어도 징집됩니다. 싱클레어는 예전엔 한 인간이 하나의 이상을 위하여 살 수 있는 일이 왜 그렇게 드문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이상을 위해 죽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 이상, 자유로운 이상, 선택한 이상이 아니라, 떠맡겨진 공동의 이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봉사와 공동의 위험이 그들을 제아무리 제복을 입혀 획일화해 놓았어도 많은 사람들이 운명의 의지에 눈부시도록 접근하는 것을 봅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었고,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짓부수어져야 했습니다.

 

싱클레어는 어느 농가를 점령하여 보초를 서다 폭격을 맞아 야전병원으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옆 매트릭스에 있는 막스 데미안과 재회합니다. 데미안은 말합니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 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그리고 또 뭔가 있어! 에바 부인이 말했어. 네가 언젠가 잘 지내지 못하면 날더러 네게 당신의 키스를 해달라고. 나에게 함께 해준 키스를……. 눈을 감아, 싱클레어!” 

 

데미안의 가벼운 입맞춤을 받고 잠이 든 싱클레어가 아침에 깨어 보니 옆에는 낯선 사람이 누워 있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와.

내면 깊숙이 데미안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싱클레어를 통해 '너 자신 만의 길을 가라!' 메시지 던져 

이제 싱클레어는 내면 깊숙이 데미안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 누구의 길도 아닌, ‘너 자신 만의 길을 가라’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예술가였던 헤르만 헤세는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그린 이 매력적인 스토리 아래 심층구조를 숨겨놓았습니다. 이는 20세기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 스위스 정신의학자로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의 심층심리학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헤세는 독일 작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분석에 접근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1916년 아내와 막내아들의 병까지 겹쳐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융의 제자인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Josef Bernhard Lang) 박사에게 정신분석 치료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융 학파의 이론에 따라 꿈을 기록했는데, 그 기록에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헤세에 따르면 ‘데미안’이란 이름은 어딘지 ‘데몬(Demon)’ 또는 ‘데미우르크(Demiurg)’를 연상시켰는데, 데몬은 그리스어로 ‘악의 특성을 포함하는 신’을, 데미우르크는 ‘창조주 또는 예술가’를 뜻하는 말로, 이 의미심장한 이름이 작품의 제목이 된 것입니다. 데미안은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아는 그 누군가로,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자기(The Self), ‘참 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참 나이며 그의 목적지로, 결국 이 소설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데미안’이 마지막에 ‘그Er’라고 대문자로 표기됨으로써 신처럼 드높여져 한 젊음이 몹시도 고통스럽게 찾아낸 이상적 자아의 소중함이 강조되며, 한 존재의 구도의 여정이 진정한 자아와 신적 합일로 마무리된 느낌을 줍니다.

싱클레어(Sinclair)는 불우한 천재시인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이 마음을 의지했던 친구의 이름

또한, 싱클레어(Sinclair)는 흔치 않은 독일 이름으로, 후반생을 광기에 사로잡혀 보낸 불우한 천재 시인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 1770~1843)이 마음을 의지했던 친구의 이름이라 하며, 어머니이자 애인으로 등장하는 영원의 여성 에바 부인의 ‘에바(Eva)’는 독일어로, 영어의 ‘이브(Eve)’란 뜻을 가지고 있어, 구도와 열망, 상징과 현실이 결합된 그녀 역시 싱클레어의 ‘이상적 내면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사실, ‘데미안’이 천의 얼굴을 가진 소설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듯, 한 인간의 내면에도 방황하는 싱클레어와 구원자인 데미안, 열정과 사랑, 동경의 대상인 에바 부인이 모두 공존하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성장과 성숙을 거듭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언제든 내 안에 위대한 존재를 만나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머리말을 제외한 전체 8장이 유기적으로 직조되어 유년으로부터 진정한 자아에 이르는 치열한 과정을 낯설지 않은 성장의 경험들로 성찰하여 꿰뚫는 데미안을 통해 내 안의 신성과 하나되어 성숙한 내면의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소중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vi85UQy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