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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명단편, '두 노인'

힐링북 2021. 7. 18. 22:19

성지순례를 떠나는 두 노인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실천적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톨스토이의 명단편, <두 노인>을 소개해 드릴게요.

옛날 신께 예배 드리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한 두 노인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의 이름은 에핌으로 부유하지만 의심이 많고 율법에 얽매여 부자유한 목적지향적 농부였고, 다른 노인은 엘리사로 평범하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하고 자유롭고 명랑하게 꿀벌을 치는 농부였습니다.

둘은 오래 전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맹세했지만, 끝없는 집안 일과 불성실한 큰아들을 걱정하며 에핌이 여행을 자꾸 미루자 엘리사는 이렇게 설득합니다우리가 죽으면 자식들은 우리 없이 살아야 하네. 아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야 해.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은 결코 다 끝낼 수 없어. 이제는 우리의 영혼을 돌봐야 할 때야.”

 

에핌은 그 말에 동의했고, 일주일 동안 떠날 준비를 하며 큰아들에게 모든 일에 대해 명확한 지시를 내립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필요에 의해서 알게 될 것이며, 너희가 주인이고 따라서 너희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즐겁게 순례 여행을 떠납니다.

 

엘리사는 마을을 벗어나자 모든 집안일을 잊고 어떻게 평화와 사랑 속에서 목적지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까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에핌은 아들을 믿지 못해 온통 집안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어느 날 두 노인은 작년에 완전히 흉작이 든 어떤 지역에 이르게 됩니다. 목이 무척 말랐던 엘리사는 한 오두막집에 들러 물을 마신 뒤 에핌을 뒤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엘리사가 들어선 가난한 오두막집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한 가족이 신음하며 누워있었습니다. 작은 사내아이가 노파의 소매를 붙잡고 , 할머니, 하며 울기 시작하자, 엘리사는 자신의 배낭에서 빵을 꺼내 사내아이와 어린 소녀, 노파에게 건넵니다.

아이들은 코를 박고 먹었지만, 남자는 먹을 기력이 없었고, 그의 아내도 병이 들어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엘리사는 물을 떠와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고, 곧바로 가게로 가 먹을 것을 사고 나무를 잘라 불을 피운 뒤 수프를 끓여 식사를 차려줍니다. 이제 남자는 조금 먹었고, 노파 역시 요기만 채웠으며, 어린 소녀와 사내아이는 그릇을 깨끗이 핥고 난 뒤 기분 좋게 웅크리고서 서로의 팔을 베개 삼아 잠이 듭니다.

노파와 남자는 그전에도 매우 가난했지만, 흉작이 들자 겨울부터 먹을 것이 없어 구걸을 해야 했고, 이웃들도 가난하여 도와주지 못하고, 일거리도 찾을 수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해 병이 덮쳐 이렇게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엘리사는 친구를 따라잡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사흘 동안 자기 일처럼 그들을 돕습니다. 작은 사내아이는 힘을 되찾았고, 어린 소녀도 얼굴이 밝아져 엘리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모든 일을 도왔습니다. 노파는 점차 기운을 되찾고 밖으로 나가 이웃을 만났으며, 남자 역시 벽에 의지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남자의 아내도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남자는 마을의 부유한 농부를 찾아가 추수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저당잡힌 목초지와 경작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돈을 가져오라"고 말하며 자비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엘리사는 자신이 떠나면 땅도 없는 이들이 다시 비참한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걱정에 잠 못이루며 다음날 부유한 농부를 찾아가 경작지와 목초지를 모두 되찾은 뒤 낫과 수레, 밀가루와 말 한 필을 사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한밤중에 조용히 그 집을 떠납니다.

 

돈이 거의 다 떨어진 엘리사는 순례를 단념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집에는 추수가 끝나 있었고, 가족들은 엘리사를 보고 기뻐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습니다. 엘리사는 내가 그곳에 가는 건 신의 뜻이 아니었어요. 가는 길에 돈을 잃어버리고, 친구와 떨어지게 됐어요. 부디 날 용서해 주시오!”라고만 말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한편, 에핌은 엘리사가 물을 마시러 간 뒤부터 줄곧 친구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자, 서로 엇갈린 줄 알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의 소식을 물었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배 위에서 한 순례자를 만나 동행하게 되지만, 그가 자신의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상심하자, 거짓말 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며, 혹시 자기 돈도 잃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어느 날 에핌은 그리스도의 성묘가 안치된 예배당에서 가장 신성한 불이 타고 있는 등불 바로 아래 엘리사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은 사람들에 치여 다다르지도 못하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결코 그에게 다다르지 못합니다.

에핌은 6주 동안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모든 곳을 방문하며 모든 의식을 치르지만, 은혜를 받지 못한 채 집안일을 걱정하며 지나왔던 길 그대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느 저녁 에핌은 엘리사와 헤어졌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했고, 어린 소녀가 반갑게 뛰어나와 오두막집으로 초대합니다. 온 가족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에핌이 그들을 칭찬하자, 지난 여름 순례자 한 분이 자신들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우린 그분이 사람인지, 신이 보낸 천사인지 알 수 없답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를 사랑했고, 우리 모두를 가련히 여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떠났어요. 그래서 우린 누구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지요. 저희는 신과 사람들을 원망하며 절망한 채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다시 저희를 살리셨고, 그분을 통해 저희는 신을 알게 되었고, 인간에게 선()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에핌은 그날 저녁 잠들지 못한 채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의 성묘 성당 가장 앞자리에 세 번이나 서 있던 엘리사의 빛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나보다 앞서 도착했던 거야. 신께서 내 순례 여행을 받아 주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엘리사의 순례 여행은 받아 주셨던 거야!’

에핌은 딱 1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고, 그가 도착했을 때는 다시 봄이었습니다. 에핌의 아들은 주점에서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왔고, 돈은 모두 허튼 데 쓰였으며,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에핌이 아들을 질책하고, 장로에게 하소연한 뒤 돌아오는 길에 엘리사의 집을 지납니다. 엘리사는 기쁨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수염에서 벌들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잘 다녀왔느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에핌이 내 발이 그곳에 닿기는 했네만, 내 영혼이 보다 진실하게 닿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오두막집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엘리사는 화제를 바꾸며 '그건 신의 일'이라며 에핌에게 꿀을 대접합니다. 에핌은 '신에 대한 맹세를 지키고 신의 뜻을 이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 살아가는 동안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선을 행하는 것'임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빈민구제와 평화운동에 일생을 바친 피에르 신부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는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라고 말합니다. 황금보다 더 귀한 지금, 우리는 지구별의 여행자로 이 땅에 와서 행복을 찾아 날마다 여행을 떠납니다. 그 여행이 세상 만물에 대한 사랑의 기쁨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동행이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LWC-AThLOs&t=15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