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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와 책 소개

[타샤튜더가 사랑한 가을 풍경] 깜찍한 할로윈 그림책 '호박달빛'

by 힐링북 2021. 9. 17.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100여 권의 그림책과 마법같은 라이프스타일로 사랑받은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튜더(Tasha Tudor, 1915~2008) 

가을 햇살처럼 포근하고 사랑스런 그림책과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로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인생을 살다간 타샤튜더(Tasha Tudor, 1915~2008)의 보석같은 저서들 속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그녀가 스물 세 살 되던 해인 1938년 출간된 데뷔작, 귀여운 할로윈 그림책 <호박달빛 Pumpkin Moonshine>을 소개해 드릴게요.

타샤는 모든 계절을 사랑했지만, 특히 국화가 피고 남서풍에 향기가 실려오고 귀뚜라미 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바뀌는 가을은 늘 아름다웠다고 말합니다.

 

가을엔 봄에 태어난 병아리와 오리 새끼들이 통통하게 자랐고, 거위들은 사과나무 아래 모여 빨갛게 익은 첫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는데요, 무엇보다 튼실하게 키운 채소를 수확하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채소가 좋아하는 나무 태운 재를 듬뿍 뿌려 키운 호박, 감자, 당근, 양파를 풍성하게 수확했고, 양파는 말린 다음 멋스럽게 꼬아서 걸어두었습니다.

버몬트의 산 위에 위치한 타샤의 정원은 이른 아침 대지에 촉촉한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가을의 시작으로, 9월 한낮에는 해가 더 낮아지면서 아름다운 빛이 비춰들어, 벽에 새장 그림자를 근사하게 새겨주었습니다.

9월부터 나뭇잎이 점점 물들기 시작하고, 10월엔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을 맞았는데요, 그녀는 특히 가을 정원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상쾌하다고 좋아했습니다. 서리 맞은 고사리와 조록나무의 싱그러운 냄새가 풍기고, 성가신 날벌레도 없어서인데요, 2천 개에 달하는 많은 양의 구근을 심으며 정원을 부지런히 오갔습니다.

추위에 약한 식물은 온실에 넣어두거나 시든 꽃대와 낙엽을 치우고, 마지막에는 모든 정원에 퇴비를 뿌렸는데요, 정원에서 일을 하다 첫 캐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치 원시 시대에 있는 느낌이 든다며 좋아했습니다그녀는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 흰 자작나무 위로 흰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광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고 감탄합니다.

타샤가 '이쁜이 배나무'라 부른 서양배나무

타샤의 정원에는 사과나무들과 이쁜이 배나무라 부른 서양배나무도 있어 가을엔 사과 주스를 짜고, 잼도 만들었습니다. 초지에는 미역취 류와 보랏빛 과꽃이 가득 피어 숲의 단풍과 조화를 이루었는데요, 정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과꽃은 그냥 내버려두어도 매년 아름다운 꽃이 피는 키우기 쉬운 화초라고 칭찬합니다.

탸샤의 가을 정원을 아름답게 물들인 사프란

가을에 꽃이 흐드러지는 사프란(Saffron)은 꽃은 곱지만, 여름에 침처럼 뾰족하게 솟아나는 이파리는 영 보기 싫어 뜯어버리고 싶어도 내년에 필 꽃에 영향을 주니 사이 좋게 지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과꽃(Callistephus)이 피었다 진 초지에 서 있는 사탕단풍나무(Sugar Maple)에 물이 들기 시작하면 가을도 깊어갑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타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적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주는 거예요. 어릴 적 추억은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거든요.”라고 말하는 타샤는 늦가을엔 아이들과 할로윈 파티를 즐겼는데요, 할로윈(Halloween)은 사과가 빨갛게 익고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드는 10월 마지막 날입니다.

옛날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날이 되면 나쁜 귀신들이 찾아와 나무나 꽃, 열매가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고 믿고, 유령이나 마녀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하여 귀신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옛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할로윈이란 재밌는 날이 된건데요, 할로윈이 되면 아이들은 유령, 해골, 마법사, 마녀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 안 주면 장난칠 테야!(Trick or Treat!)"라고 외치며 사탕, 과자 초콜릿 얻는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호박 달빛을 만들었는데요, 호박 달빛의 원래 이름은 ‘잭의 등불(Jack O’Lantern)’입니다.

옛날 잭이란 사람이 악마를 골탕 먹인 죄로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한 채 어둠 속을 떠돌아야 하는 벌을 받았습니다. 잭은 악마에게 부탁해 작은 불빛을 얻었고, 호박을 파낸 뒤 소중한 불빛을 안에 넣어두고 어두운 길을 비추며 길을 찾아 다녔다고 전해집니다.

<호박 달빛>을 쓴 타샤도 직접 호박을 키워 할로윈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호박 등불을 만들었는데요, 호박 등불에서 나오는 불빛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의 노란 빛과 비슷해서 ‘호박 달빛’이라 불렀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실비는 실제 타샤의 사랑스러운 조카로, 실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만든 그림책이 바로 호박 달빛입니다.

이 책은 타샤의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당시 갓 결혼한 새댁이었던 타샤는 뉴욕의 출판사마다 찾아 다니며 출판해 줄 곳을 찾다 결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하기로 하여 드디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동화작가로서의 첫 발을 떼게 됩니다.

그럼, 자연 속에서 즐기는 할로윈 풍경이 정겹고 따듯한 그림책, ‘호박달빛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실비 앤은 코네티컷에 사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단다. 곧 할로윈이라 호박 달빛을 만들고 싶었지. 실비는 모자를 쓰고 가장 크고 멋진 호박을 찾으러 털복숭이 위기를 데리고 옥수수 밭으로 나갔어. 언덕이 몹시 가팔라 실비랑 위기는 증기 기관처럼 푸우푸우 숨을 헐떡거렸지.

 

실비랑 위기가 밭에 거의 다 이르렀을 때, 실비는 옥수수 다발 사이에서 꽤 통통한 호박을 보았어. 호박이 어찌나 큰지 들 수 없어 겨울에 커다란 눈 뭉치를 굴리는 것처럼 호박을 데굴데굴 굴려서 옮기기로 했지.

저 아래 농장으로 어어지는 밭 가장자리까지 왔을 때였어. 호박이 떼구루루 굴러 도망치지 뭐야. 호박은 바위와 덤불을 뛰어넘었어! , , ! 빨리, 더 빨리 실비랑 위기는 호박을 쫓아 언덕을 달려 내려갔어. 염소들과 암탉들은 호박을 보고 화들짝 놀랐어. 거위들은 호박을 보고 화가 나서 꽥꽥거렸지

 

가장 끔찍한 건 말이야, 양동이 한 가득 물을 들고 가는 헴멜스캠프 아저씨랑 호박이 쾅 부딪쳤을 때였어! 호박은 집에 부딪칠 때까지 멈추지 않았지. , , ! 실비 앤은 얼른 아저씨에게 뛰어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와드렸어. 염소들이랑 암탉들이랑 거위들에게도 사과했지.

 

실비는 할아버지에게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씀드렸어. 그러자 할아버지는 바깥으로 나와 도망쳐 온 호박의 윗부분을 잘라냈지. 실비는 호박씨를 모두 파냈어. 그 다음엔 할아버지가 호박에 구멍을 뚫어 눈이랑 코랑 무시무시한 이빨을 내보이며 싱긋 웃는 입을 만들었지.

저녁이 되자 촛불을 켜 호박 안에 넣었어. 호박은 무시무시하고 으스스해 보였지. 실비와 할아버지는 호박 달빛을 앞문 울타리에 올려놓고, 덤불 뒤로 숨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무시무시한 호박 달빛을 보고 얼마나 놀라는지 보려고 말이야. 실비와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지.

 

“즐거운 일에는 늘 기다림이 따르지만, 그 기다림 뒤에는 더 큰 기쁨이 뒤따른다”라고 말하는 타샤는, 작은 것에도 늘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92세의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그녀가 사랑한 꽃, 동물,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100여 권의 주옥 같은 그림책을 남겼습니다.

 

머지않아 즐거운 파티가 열린다면 그날을 기꺼이 기다리세요. 그리고 그날에는 맘껏 즐기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그날의 즐거움을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즐거운 추억으로 예쁘게 기록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순간순간을 마음먹은 대로 즐기며 살았기에 지나온 삶에 후회가 없었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잘 익은 단풍처럼 고운 타샤의 인생 책들을 읽으며 살아 있는 기쁨을 만끽하는 행복한 나날 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6xZWYMCgLs